남북, ‘53년 체제’로 회귀...일촉즉발 대치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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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12-26 15:02 조회1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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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송년특집 ②] 남북 관계
2024년에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굵직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연초부터 북한은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했으며, 11월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당선돼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사실상 ‘친위 쿠데타’와 ‘내란’에 가까워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무산됐으며, 결국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윤석열은 ‘내란 수괴’ 혐의자로 구속될 처지에도 놓였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이 굵직한 세 개의 사건이 내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면서, [2024년 송년특집]을 ①한반도 주변 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2024년은 남북관계사에서 특별한 전환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한 특수한 남북관계가 1953년 정전체제의 민낯을 드러내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로 되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한해 남북 간 대화나 교류, 교역, 심지어 민간교류나 인도적 지원마저 전무한 실정이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관련 조치들을 취해나갔고, 윤석열 정부는 ‘북한 돈줄죄기’, ‘북한 인권문제 이슈화’를 축으로 최대한의 대북 압박정책을 폈다. 뿐만 아니라 한미군사훈련은 물론 대북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 무인기 침투도 서슴지 않아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상존했다. 심지어 최근 12.3 비상계엄 내란 음모 과정에서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려 한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북한은 지난해 연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전원회의를 통해 “북남관계는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며 ‘유사시’ “남조선 전 령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밝혀 충격파를 던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대남정책 전환을 밝혔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이어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쓰라린 북남관계사가 주는 최종결론은...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수 없다는 것”이라며 “북남관계가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라고 재천명했다.
나아가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헌법개정과 평화통일 관련단체들 정리, 《우리 민족끼리》,《평화통일》 등의 상징으로 비쳐질수 있는 과거시대의 잔여물들 처리, 경의선 북측구간 단절,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등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같은 지침은 곧바로 실행돼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이 철거됐는가 하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평양방송을 비롯한 대남 선전매체가 사라졌고, 6.15북측위원회와 범민련북측본부, 민주주의민족통일조국전선 등 관련단체들도 해산했다. 10월 15일에는 북쪽 경의선, 동해선 도로와 철도 일부 구간을 폭파하기에 이르렀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no deal)’ 이후 북한이 모색해온 대외정책 전환이 남북관계에서도 구체화된 셈이다.
북한이 지난 10월 15일 남북 연결도로와 철길을 폭파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이같은 일련의 북측의 대남정책 전환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북측의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15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제시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노동당중앙위 부부장인 김여정이 내놓은 담화 중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남조선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자체가 싫다”는 대목일 것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아카데미’에서 “우리는 핵을 가짐으로써 군사적인 부분에서 남쪽보다 우월한 지형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경제가 굉장히 낙후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경제적인 부분에 남쪽 일정 수준 또는 남쪽과 문화를 개방했을 때 일방적으로 쏠림 현상, 경제적인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는 그런 부분에 주력하겠다, 이런 거다”며 “우리가 앞으로 10년, 20년간 그냥 경제만 좀 매진하고 가겠다, 서로 간에 군사적인 자극 하지 말고 가자”라는 메시지로 파악했다.
북한이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며 2036년 조선노동당 11차 대회 전까지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를 추구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이 이렇게 표방하고 있는 ‘15년 구상’은, 상당 부분 성과를 낼 거라고 본다”는 전망이다.
북한의 대외정책, 그 중에서도 대남정책의 중대한 전환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체제안정과 경제발전을 꾀하려던 기존 정책의 폐기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이 도화선이 됐지만 문재인 정부 등 이른바 ‘민주’정부에 대한 북측의 비판적 평가도 담겨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총비서동지께서는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바 없었다고...”하는 대목은 대남정책 전환의 기저에 ‘민주’정부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1월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를 발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김여정 부부장은 연초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며 “어리숙한 체하고 우리에게 달라붙어 평화 보따리를 내밀어 우리의 손을 메어놓고는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겼다”고 이례적으로 직격하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등장이나 남측 대통령 교체 만으로도 북미, 남북 관계가 자연스럽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희망사항에 불과할지 모른다. 한미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북한에게 제시해야 할 ‘몸값’이 이미 만만치 않게 높아진 상황인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미일에 맞서는 북중러와의 협력, 그리고 급부상하고 있는 브릭스(BRICS)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houth)라는 새로운 영토가 대안으로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홍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은 (러시아를) 적으로 생각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됐고,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 동참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houth) 국가들이 러시아랑 협력하겠다”는 ‘새로운 다극 질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북중러 3각 협력과 ‘새로운 다극 질서’가 북한에게는 한미일에 목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제공했고, ‘하노이 노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북한 지도부는 재빨리 대외정책 전환을 추진한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특히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올해 6월 19일 평양에서 다시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새로운 북러조약(「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 체결됨으로서 북한은 든든한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경제 및 군사적 지원세력을 확보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면서 “지배와 예속, 패권과 강권이 없는 다극화된 새 세계 창설을 가속화하는 추동력으로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러조약은 지난 4일 양국이 서명·교환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했고, 북한은 북러조약 4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자동개입 조항에 따라 러시아가 침공당한 쿠르스크주에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최소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는 1000여 명에 가까이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고 미국도 북한군 ‘수백명’ 사망설을 발신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 시정연설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태한 전쟁발발 위험지역으로 되었다”며 “우리의 자위적국방력을 백배,천배 최상최대로 다져나가기 위하여 모든것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로 군사훈련과 첨단무기 시험을 이어갔다.
북한은 지난 10월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특히 10월 31일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은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 ‘최종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명명했으며, 지난해 11월 21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진입시킨데 이어 올해 5월 27일 ‘만리경-1-1’호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강력 비판해온 우리 정부는 군 정찰위성 3호기가 21일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과 군사적 충돌 위기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 대북 압박정책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벽두 신년사부터 “대한민국은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 나아가고 있다”며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과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대북 압박정책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새해 첫날부터 육군은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포병사격장에서 신년맞이 ‘즉·강·끝’ 응징 원칙 대응태세 확립 포탄사격 훈련을 실시, 제3보병사단 백공포병사단 330여명, K9 및 K55A1 자주포 18문이 투입되어 150발 실사격을 수행했다.
한미합동군사연습도 대규모로 진행됐다. 8월에 실시된 을지 프리덤 쉴드(Ulchi Freedom Shield, UFS), 9월의 쌍용 24(Ssang Yong 24), 그리고 10월의 프리덤 엣지(Freedom Edge) 훈련 등은 한반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김종대 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9월부터 11월까지가 아주 안 좋았다”며 “백령도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두 번이나 했고 K9 자주포 다연장로켓을 쐈는데 교전이 일어나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고, 무인기가 10월 9일 평양에 갔고,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폭파할 때 우리도 대응 사격을 했다”고 ‘위험한 상황’들을 적시하고 “지상 해상 공중에서 다 북한을 두들겼는데 북한이 별반 반응이 없었다. 아마 러시아에 군사지원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쪽에 대해서는 그다지 대응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 정권은 탈북자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했고, 북측은 오물풍선으로 맞대응에 나섰으며, 우리 군은 다시 이에 맞서 7월 21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사실상 대북 심리전에 나섰으며, 북도 이에 맞서 7월 말부터 소음을 송출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와 오물풍선 대응으로 남북간 긴장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10월 10일 자주통일평화연대가 경찰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접수된 피해 규모가 차량 훼손과 주택 지붕 파손, 비닐하우스 파손, 공장 화재, 신체 부상 등 19건, 7656만 원에 달하고, 경기도는 모든 피해액을 지급했다. 북한의 소음 송출은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46세대에 방음창 설치 지원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북한의 군사행동, 이른바 ‘도발’에 대해서는 한미일 3국 대북대표들이 즉각 유선협의를 갖고 강력한 ‘규탄’ 입장을 냈으며, 독자제재와 한미일 등이 발맞춘 조율된 독자제재를 가했다. 주로 북한 돈줄죄기와 북한 인권문제 이슈화에 포커스가 맞춰진 조치들이다. 북한은 촘촘한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와 미국의 국내법적 제재를 받고 있지만 해상 환적을 이용한 물자 유통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가상화폐 탈취 등 우회적 수법을 개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임기 연장에 실패하자 한미일을 비롯한 서방 11개국은 지난 10월 16일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 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을 발족시켜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감시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근 12.3 비상계엄 내란사건에서 밝혀졌듯이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타격’과 드론 평양 상공 침투 등 군사적 도발을 통해 북측의 대응조치를 이끌어내 비상계엄 발동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지만 북한은 윤 정권이 원하는 대응조치를 자제했다. 남측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려 했거나 북러 군사협력 등으로 굳이 상대할 이유나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윤 정권의 대북 도발과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미국의 사전인지 여부와 묵인·방조 내지는 배후기획 등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도 관심거리다. 윤 정권의 북측에 대한 군사적 도발 등 특이 움직임을 미국이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는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아카데미’ 강연에서 주한미군의 역할로 ‘이중 억제 기능’이 있다며 “북한의 남침 도발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가 하면 한국의 군부 강경파들의 북진을 또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짚고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이명박 정부의 원점 보복 폭격을 유엔사에서 제동을 걸었던 전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진행된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FS)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없이 조용히 끝났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김종대 전 의원은 “총선 직전인 3월에 한미 연합훈련이 한 번 위기였는데 별일 없이 지나간 게 미국이 전략자산을 하나도 안 보냈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야당이 총선을 편하게 치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윤석열을 안 도와줬다”는 것. 그렇다면 거꾸로 12.3 비상계엄 발동이나 드론 평양 침투, 오물풍선 원점타격 추진 등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방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북측의 무대응이 결정적인 억제기능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창현 소장은 ‘2024년 한반도 전략아카데미’ 강연에서 “(북한의) 언술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이라는 가정법에 주목하고 “서로 간에 위협 상황을 느끼면서 사실은 충돌을 자제, 관리하려고 하는 그런 어떤 힘이 훨씬 더 강하게 지금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한반도 위기 지수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과거 사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고 진단하기도 했다.
53년 정전체제로의 회기와 한미의 정권교체
올해 남북 간에는 어떠한 대화나 교류도 없었고, 적대정책의 집행과 일촉즉발의 군사행동들로 점철됐다. 북한의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 규정처럼 ‘53년 정전체제’, 즉 전쟁중 잠시 휴전상태로 회귀한 셈이다.
심지어 북측 파트너가 사라진 남북해외 민간 연대단체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가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자주연합(준)로 단체명을 바꾸고 남한내 통일운동에 주력키로 하는 등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12월 4일 새벽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북 적대정책의 끝을 보여줬던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 내란수괴로 탄핵돼 법적 책임을 가리게 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지난 10월 1일 퇴임하고 이시바 시게루가 뒤를 이었다. 따라서 지난해 8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이른바 ‘캠프데이비드 선언’의 주역들은 모두 무대에서 사라졌다.
‘캠프데이비드 선언’에 대해 미국은 3자 공식 동맹공약이나 집단방위공약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미니 나토(NATO)’(중국), ‘삼각 군사동맹’(한국 시민사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3자 협의체의 성격이 어떠하든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끼어들 발판이 되고, 미·일이 대만 문제에 한국을 끌어들일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더구나 ‘한미일 3자 인도태평양 대화 출범’은 대놓고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북한이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규정하고 과거 북미, 남북관계 개선에 사활을 걸던 틀을 깨고 북러동맹을 축으로 북중러 협력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houth)와의 교류협력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와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전쟁을 조기 종식시키겠다고 누차 강조했고, 북미 정상회담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존(한미일)의 협상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북한에게 과연 어떤 솔깃한 대화 유인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31일 지방발전사업협의회를 소집해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더해 3대 추가 건설과제를 제시하고 함경남도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을 찾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특히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지방발전 20×10 정책’ 등 경제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에게 미국이나 한국이 안보나 경제 분야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나 한미 양국의 독자제재 등으로 경제협력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인 점도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미국 대선 결과를 평가하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트럼프는 누차 김정은과의 직거래 의사를 밝힌 바 있다”며 “특히 트럼프가 푸틴과의 빅딜을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할 경우, 푸틴의 도움을 받아 김정은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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